은곡(垠谷) 김미희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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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일 : 14-01-10 13:16
KIAF에서 생긴 일
 글쓴이 : 은곡
조회 : 1,655  

# 한 여인이 파리의 어느 카페에 앉아있던 파블로 피카소에게 다가가 상당한 값을 치르겠다는 조건으로 자신을 그려 달라 부탁했다.
피카소는 몇 분 만에 스케치를 끝냈다.

“아니 선생님의 그림을 그리는데 불과 몇 분 밖에 걸리지 않았잖아요?‘
“천만에요. 난 당신을 그리는데 40년이나 걸렸습니다.”

아이디어 닥터 이장우박사가 얼마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.
‘내 그림은 끝까지 취미다’라고 말하면서도  내심 ‘나는 언제쯤 내 그림의 가치를 얘기할 수 있을까?’하며 ‘감히’ 부러워했던 글입니다.

지난 여름 움직이는 조각 모빌의 창시자요 현대 조각사에 큰 획을 그은 알렉산더 칼더 전에 중학생 아들을 데리고 갔습니다.
아들이 칼더의 철사 작품을 보고는 이랬습니다.
“나도 만들 수 있겠네.” 아들에게 피카소 얘기를 들려주겠다 마음먹었으면서도 깜박하고 지나치고 말았습니다.
 
그런데.. 10월 초 한국국제아트페어(KIAF)에 갔을 때였습니다. 한 젊은 남녀가 어느 작가의 그림 앞에서 그랬습니다.
“나도 그릴 수 있겠다.”고.
그 말을 듣는 순간 저 얘기를 쏟아내고 싶었지만 아줌마표 잔소리에 괜히 눈흘김만 당할 듯 하여 꿀꺽 삼키고 말았습니다.

# KIAF에서 제가 아는 콜렉터가 맘에 드는 유명 외국 작가 작품 하나를 발견했습니다.
가격을 물었더니 수억 원이랍니다. ‘억’소리에 ‘헉’소리가 나왔지만 차마 ‘비싸다’ 라는 말을 붙일 수 없었습니다.
그 작가도 피카소와 비슷한 경우일테니까요.

우리는 자주 가격과 가치 사이에서 혼란을 겪습니다. 물론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.
삼청동 가구박물관, 한솔 뮤지엄, 양평 초은당... 액면 입장권 값을 보고는 ‘비싸다’고 말했다가,
한 바퀴 돌고 나서는 ‘너무 싸다’고 느끼게 된 곳들입니다.

“시세를 보지 말고 가치를 보라”

전설적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한 말입니다.
워렌 버핏과 함께하는 한 끼 점심 식사가 최고 39억까지 했던 적이 있었다지요.
그 식사를 따낸 중국인은 그 7배에 달하는 돈을 벌었다고 합니다.
워렌 버핏의 경험과 지혜를 얻는 기회에다 구전효과까지... 비싼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 같습니다.


# KIAF에서 재미있는 작품을 만났습니다.
갤러리 엑스 마키나 (gallery ex machina)라는 런던에서 온 갤러리에 전시된 작품입니다.
팝아트 풍의 섬세한 유화 속에 우리나라 모(某) 라면의 로고가 들어가 있었습니다.
그 라면과 콜라보레이션? 작가가 한국 사람?
알고보니 그림을 그린 이는 아담 그린(Adam Green)이라는 영국의 젊은 작가였습니다.
지난해 KIAF에서 베스트 셀링 작가였다는 그는 처음 방문한 한국에서 맛본 라면 맛에 홀딱 반해서,
그 잊지 못할 라면 맛을 그림에 담은 것이라네요.

미국의 대표적 사실주의 화가  에드워드 호퍼의 말이 생각났습니다

"글로 다 표현할 수 있다면 그림을 그릴 이유가 없다.”

궁금합니다. 그 라면 회사에서 이 그림에 대한 정보를 알았을까요?
알았다면 그림을 샀을까요? 저라면 당장 샀을 거 같은데요.
자사제품 로고가 들어가서가 아니라 거기 담긴 스토리가 더 값지니까요.

2013 9,10월호